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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

시론88 2009. 10. 26. 19:14
 
 
넉넉한 공기로 화끈하게 태워버리자

터보 튜닝



큰 차는 좋아하면서도 엔진 배기량 기준으로 매겨지는 불합리한 세금구조 때문에 덩치는 크고 엔진은 작은 다소 기형적인 차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오너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바로 힘 부족이다. 잘 달리다가도 오르막만 나오면 비실대고, 사람 한 둘만 더 태워도 가속력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들을 위해 출력을 높이는 엔진 튜닝, 그 중에서도 터보 튜닝은 가장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배기가스로 터빈 돌려 공기 압축
엔진이 낼 수 있는 힘은 연료와 공기가 섞인 혼합기가 실린더 연소실에서 폭발할 때 나온다. 이 때문에 출력을 높이려면 연소실로 들어가는 공기와 연료의 양을 늘리면 된다. 연료의 양은 연료 분사기로 조절할 수 있지만 엔진으로 흡입되는 공기의 양은 대체로 일정한 편이다. 혼합기의 폭발력으로 피스톤은 내려가게 된다. 올라오면서 실린더 내부에 차 있던 배기가스를 밀어내고 다시 내려간다. 이때 진공상태가 된 실린더 안에 주사기로 물을 빨아들이듯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한 새 공기가 채워진다. 물론 실린더 용량 이상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공기를 실린더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공급하는 방법을 연구해온 사람들이 개발한 것이 바로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다.

 

전자는 엔진의 회전력으로, 후자는 배기가스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공기를 대기압 이상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혼합기 폭발 직후의 실린더 온도는 약 3,300도 이상, 압력은 42바(bar, 1바는 수심 100m의 압력) 정도에 이른다. 이를 이용해 배기가스가 나오는 위치에 터보차저를 달아 높은 압력으로 뿜어져 나오는 배출압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게 된다.
터빈은 10만rpm 이상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그 회전력으로 컴프레서 휠을 돌리게 되고 이러한 작용으로 공기가 압축된다.
일반적인 엔진은 우리가 숨쉬는 대기압 수준의 공기가 엔진으로 유입되지만, 터보 엔진은 이미 컴프레서로 대기압보다 꽉꽉 눌러 압축한 공기를 실린더로 공급한다. 이 상태에서 피스톤이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더 압축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공기와 연료의 혼합비율인 14.7 대 1을 기준으로 연료량을 조절하면 실린더 안에 압축되는 공기와 연료는 일반 자연흡기 엔진보다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터보 엔진은 자연 흡기방식보다 50~100%(디젤 엔진은 10~20%) 출력이 올라간다.

 

사실 터보차저는 출력이 아니라 토크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토크는 피스톤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크랭크 축을 누르는 힘 즉, 폭발력을 뜻하며 출력은 이 같은 토크와 엔진의 회전수를 곱한 것이다. 엔진이 회전하며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따라서 엔진회전수가 너무 낮으면 토크가 아무리 좋아도 높은 출력을 얻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토크가 좋은 차는 출력도 높다고 봐도 된다.
터보 튜닝은 그저 터빈을 추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뜨거운 배기가스를 식혀야 하고, 너무 많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과급압을 조절해야 한다. 혼합기의 양이 일반 엔진보다 많아 압축비도 낮춰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고온, 고압의 혼합기가 점화되기 전에 높은 연소실 온도로 인해 불이 붙어버리는 노킹 현상도 막아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터보차저는 연소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한다. 이 과정에서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는데, 어떤 기체든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밀도가 낮아지게 된다. 즉, 같은 용적의 공기라도 온도가 높을수록 산소가 줄어들어 연소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온 고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는 터보차저에는 인터쿨러가 필수다. 인터쿨러는 라디에이터로 냉각수를 식히는 것처럼 바깥 공기로 압축된 뜨거운 공기를 식히는 장치다. 압축공기의 온도가 낮아야 엔진의 토크도 높아지고 노킹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노킹이란 점화 플러그의 불꽃으로 인한 폭발이 연소실 끝까지 미치기 전에 뜨거운 실린더 온도 등으로 혼합기에서 자연 발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두 개의 화염이 부딪히는 순간 압력이 아주 높아지는데, 이 때문에 자칫 피스톤이나 베어링 등의 엔진 부품이 망가질 수도 있다.

 

충분한 공기를 위해 터보차저를 설치하지만 공기가 너무 많이 공급되면 과급압이 높아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웨이스트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배기가스 배출구다. 웨이스트 게이트는 미리 정해진 압력보다 가스량이 많으면 게이트를 열어 잉여 가스를 머플러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기가스가 일정하게 조정되기 때문에 터빈과 컴프레서 휠 역시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적정한 압축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터보 튜닝은 공기의 양을 늘리기 위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혼합기가 연소실에 들어가면 노킹을 일으키기 때문에 압축비를 낮춰준다. 이를 위해서는 혼합기가 압축되는 공간을 넓혀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피스톤 윗부분을 깎거나, 피스톤을 밀어올리는 커넥팅 로드의 길이를 줄이면 된다. 혹은 실린더와 실린더 헤드 사이를 메워주는 개스킷을 터보용의 두꺼운 것으로 바꿔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도 쓰인다.
웨이스트 게이트로 공기의 양을 조절하고 터보 개스킷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축비를 조절할 수 있지만, 폭발력은 점화순간에 발생하므로 가장 이상적인 점화시기를 맞춰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혼합기를 압축하는 피스톤 운동과 점화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노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엇박자를 막기 위해 엔진에는 노크 센서가 달려있다. 노크 센서는 엔진의 두뇌인 ECU에 관련 정보를 보내고, ECU는 이를 토대로 점화시기를 조절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