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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조인스 | 김선웅 기자 kswoung@naver.com
1927년에 완공되어 오늘까지 81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뉘르부르크링은 그 동안 다양한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밀고 밀리는 신경전 속에 만들어진 새로운 기록은 각 메이커의 사활을 걸고 발표한 신모델 평가의 척도로 활용되며 자동차 마니아들은 항상 이 기록에 예의주시하게 된다. 특히 매년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따라 고성능 스포츠카의 존폐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뉘르부르크링의 황제를 가리는듯한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 뉘르부르크링속의 여러 가지 기록들을 모아봤다.
최초의 기록들
북쪽과 남쪽 코스를 합한 길이가 약 28km에 이르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1 동원되었을까? 중국이었다면 수만명의 사람이 참여했겠지만 독일은 그렇지 못하여 단 60명의 인부가 공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뉘르부르크링 최초의 레이스는 자동차가 아닌 바이크 경기였다. 110명의 선수가 참가한 뉘르부르크링의 바이크 레이스를 보기 위해 1만5천명 이상의 관중이 몰려왔다. 최초의 경기에서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타이틀은 BMW의 토니 바우호퍼가 가져갔다.
뉘르부르크링에서 최초의 자동차 그랑프리는 1928년에 열렸다. 영광의 우승은 메르세데스-벤츠 소속의 오토 메르츠가 획득했다. 당시 그랑프리에서 기록한 가장 빠른 랩타임은 크리스찬 베르너가 기록한 15분 51초 06 이다. 그린 헬(Green Hell)이라는 별명을 가진 트랙답게 첫 번째 그랑프리부터 경주 중 사고로 부가티 소속의 한 선수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시대에 10분 이하의 기록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록이었다. 1939년에 이르러서야 3리터 V12 엔진을 장착한 메르세데스-벤츠의 W154가 9분 52초 2를 기록했으며 이 기록은 17년간 경신되지 않은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이후 1961년 독일그랑프리에서 필 힐이 페라리 156을 통해 최초로 8분대 진입에 성공했다. 현재는 일반 양산차량이 뉘르부르크링에서 8분대의 시간을 기록한다면 고성능차량으로써 인정받게 된다.
최고의 기록들
현재 양산 차 중 최고의 기록을 보유한 주인공은 닷지 바이퍼 SRT-10 ACR가 기록한 7분 22초 1이다. 하드코어 패키지를 더해 성능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이 역시 옵션으로 선택 할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에 정식기록으로 인정되었다. 출고된 상태 그대로 가장 빠른 시간을 기록한 차량은 얼마전 기록을 새롭게 쓴 마세라티 MC12의 7분 24초 3이다.
일반도로에서 운전할 수 없는 차량 중 가장 빠른 기록은 단 650kg의 무게에서 36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을 탑재한 래디컬 SR8의 6분 55초이다. SR8은 스즈키 하야부사의 엔진 2개를 합한 V8기통엔진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어떤 차량을 불문하고 뉘르부르크링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기록은 얼마나 될까? 1983년 5월 28일 스테판 벨로프가 그룹C 머신인 포르쉐 956으로 예선전에서 기록한 6분 11초 13이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바이크의 경우 1993년 헬무트 다흐네가 혼다 RC30으로 기록한 7분 49초 71이 공식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는 1994년부터 뉘르부르크링 바이크 레이싱이 중단되면서 공식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공식 기록의 경우 올해 한 바이크 전문지에서 MV 아구스타 F4 R312를 통해 기록한 7분 21초 8이 가장 빠른 기록으로 남아있다.
눈에 띄는 기록들
출시가 되면서부터 배기량, 출력, 가격, 최고속도, 무게, 연비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타이틀을 새롭게 쓴 부가티 베이론. 하지만 뉘르부르크링 까지는 그 힘이 미치지 못했다. 7분 40초라는 기록은 분명 빠른 기록이지만 부가티에게는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나르도(Nardo) 트랙이 더 어울려 보인다.
뉘르부르크링의 기록을 이야기 한다면 닛산 GT-R과 시보레 코베트 Z06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모델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하기도, 희귀한 한정생산차량도 아닌 일반적인 양산 스포츠카이다. 7만~9만 달러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GT-R과 코베트 Z06의 기록은 각각 7분 26초 7과 7분 42초 99. 같은 가격대의 스포츠카들이 8분대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면 가격대비 막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할 수 있다. 10만 달러의 코베트 ZR1의 기록은 7분 26초 4로 70만 달러에 육박하는 엔초 페라리와 단 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7분 50초를 기록한 SUV도 있다. BMW X5 LM이 SUV중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한 주인공. X5 LM은 BMW가 X5를 발표하면서 SUV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발표한 컨셉트 모델로 X5차체에 BMW V12 LMR 르망머신의 엔진을 이식한 모델이다. 6리터 엔진으로 700마력을 뿜어내는 X5 LM의 기록은 현재까지도 경신되지 않은 SUV 최고의 기록이다.
시보레 코발트 SS가 작성한 기록 또한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8분 22초라는 기록은 수퍼카가 작성한 기록들에 비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이 기록은 전륜 구동 스포츠모델 중 최고의 기록이다. 260마력을 전륜으로 구동시키는 코발트 SS는 3세대 M3(E46)와 같은 기록을 내면서 전륜 구동 차량의 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캐딜락 CTS-V는 4도어 중형세단 중 최초로 8분대를 깨뜨린 7분 59초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페라리 F360, 아우디 R8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경쟁모델인 BMW M5는 8분 13초를 기록했다.
F1이라면 뉘르부르크링 에서도 놀랄만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F1이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남긴 기록은 조금 의외라 할 수 있는 75년 페라리의 니키 라우다가 세운 6분 58초 6이다. 76년부터는 너무 높은 위험성과 수익성의 문제 등으로 F1경기를 개최하지 않으면서 더 이상 신기록도 나오지 않게 된 것.
2007년에 와서야 BMW 사우버 팀의 닉 하이트펠트가 F1머신을 이끌고 뉘르부르크링 주행에 나섰지만 당시 제한된 머신의 성능과 주행 중 각종 촬영을 위해 속도를 줄이는 등의 이유로 8분 34초의 공식기록을 남겼다. BMW 사우버 F1기술진들에 따르면 당시 F1으로 신기록 수립을 위한 주행을 했다면 5분 15초 8 이하의 시간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분 밖의 기록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차량으로 남긴 기록도 있다. 2005년 영국의 자동차 TV 프로그램 탑기어 에서 뉘르부르크링의 여왕이라 불리는 사빈 슈미츠(Sabine Schmitz)가 포드 트랜짓으로 10분 08초를 기록한 것. 포드 트랜짓은 3.5톤의 무게를 가지며 136마력의 엔진을 탑재하여 0-100km도달까지 21초가 걸리는 화물 운송용 밴 이다. 다음해에 사빈 슈미츠는 카르만 콜로라도 RS라는 캠핑카를 이용하여 11분의 기록을 작성, 또다시 놀라운 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연료전지차 역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닛산의 X-트레일 FCV는 연료전지차량 중 최초로 뉘르부르크링 기록 수립에 도전하여 11분 58초의 기록을 작성했다. 뉘르부르크링 주행을 통해 닛산은 X-트레일 FCV의 기술력과 성능, 내구력과 안전성을 증명해 보이는데 성공한 것이다.